자궁적출 최선이 아닌 최후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자궁근종인데 자궁적출을 하라구요?”
몇일전 저희 병원에 자궁근종으로 전북 전주에서 내원하신 40대 후반 여성분의 이야기입니다. 산부인과 진료후 다발성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고, 그 병원에서는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하여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찾아 저희 병원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통이나 부정출혈로 산부인과를 찾아 갔다가 자궁적출을 권유받고 깜짝 놀라고 당황하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 40~50대 여성 등 추가 출산 계획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생리통이나 부정출혈 같은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암으로 인한 경우보다는 주로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 양성질환, 즉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는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양성질환이 있는 경우 여러가지 이유로 자궁적출수술을 권유받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궁은 단순히 임신/출산만 담당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자궁적출술도 여성질환의 핵심적인 수술적 치료방법 중 하나입니다. 저 또한 대학병원 교수 재직 시절 동안 각종 여성암환자들에게 수없이 집도한 바 있구요. 하지만, 저의 경험과 각종 연구결과들을 비추어 볼 때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때문에 자궁을 적출하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다른 수단이 없을 때만 시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자궁적출 수술 1위의 불명예를 가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6년도에 60만건의 자궁적출 수술이 행해지는 등 지나치게 남용되어 “불필요하고 의학적으로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큰 논란에 휩싸였을 뿐 아니라, 타임지 등 언론의 보도와 자궁적출에 반대하는 사회단체가 결성되는 등(HERS)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자궁적출 수술 건수가 절반이하로 줄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궁을 적출하게 되면 여성의 평생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수술 후유증과 사망률사망 같은 장기적 부작용 외에도 폐경, 요실금 같은 현상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만성질환이 증가 같은 의학적 문제 및 심리적 상실감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다른 치료방법이 더 이상 없는 경우에 한하여 자궁적출을 고려하도록 권고되고 있습니다.
이유 1. 적수술상의 후유증
자궁적출 수술은 큰 수술입니다. 따라서 수술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후유증의 예시로는 내장손상, 요관장애, 천공, 이차출혈, 패혈증, 심근경색, 정맥 혈전증 등을 들수 있습니다. 2004년 영국에서 “자궁적출술의 심각한 부작용”(Severe complications of hysterectomy: the VALUE study, 2005 K.MCPERSON)에 대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심각한 수술 후유증의 발생율은 3%에 이른다고 보고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의료기술이 더욱 발전하였고, 특히 한국의 의사들의 집도술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으니 이러한 부작용을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또한 자궁적출 수술후 장단기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몇배나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단기사망율의 증가는 수술의 부작용으로, 장기 사망률은 자궁적출 후 여성의 체내 호르몬 균형이 붕괴됨에 따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이기는 하지만, 자궁적출을 한 여성은 이 자궁적출 수술과 관련된 또다른 수술을 2년내에 해야하는 경우가 35%에 이른다고 합니다.
자궁적출 수술과정에서 일어나는 요관손상은 가장 전형적인 수술 후유증의 하나입니다. 해외 연구에 의하면, 자궁적출수술 천명당 1.3명이 요관손상을 입게 된다고 합니다.
이유 2. 수술로 인한 폐경과 장기적 영향
노화에 따른 난소 기능저하는 여성호르몬의 중단과 이로인한 폐경을 초래하고, 여러가지 건강문제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자궁을 적출하게 되면 이에 따라 폐경을 초래하게 되고 이를 “수술폐경”이라고 합니다. 자연폐경의 경우에는 노화에 따라 난소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고, 호르몬의 감소가 여러해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나며, 폐경이후에도 온전한 자궁과 난소에서 상당기간 호르몬이 일정부분 생산되어 신체가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반해 수술폐경의 경우는 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는데, 갑작스런 자궁의 적출로 인해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한 충격을 주게 되고, 폐경으로 인한 증상이 급격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자궁을 적출함에 있어 난소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난소를 보존하는 경우에도 자궁적출한 환자의 경우 폐경이 일반인보다 평균 3.7년 정도 빨리 발생하고, 남아 있는 난소의 기능 또한 크게 저하되게 됩니다. 이는 자궁의 소실로 인해 난소로의 혈액공급이 방해받게 될 뿐 아니라, 자궁으로부터의 내분비적 반응이 사라짐으로 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수술폐경은 동맥경화, 내졸중,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고, 골다공증, 골절 등의 위험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위험들은 자연폐경과 명칭상으로는 동일하지만, 수술 폐경의 경우 호르몬 중단 충격으로 인해 보다 급격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이유 3. 요실금과 장 유착 가능성도 커져
자궁적출수술의 잘알려진 부작용 중의 하나가 요실금과 질탈출증이다. 보통, 자궁적출술 후 10년에서 20년정도 지나서 발생한다. 자궁적출 수술 후 20년내 요실금의 발생률은 일반인에 비해 2배이상으로 알려져있다.
질탈출증의 위험도 전반적으로 대략 두배정도 높아진다
수술 후 유착(장기들이 서로 들어붙는 현상)형성은 자궁적출수술의 특징적인 위험인데, 절개부위가 넓기 때문이다. 또한 자궁적출은 하게 되면 장들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자궁이 없어진 비어진 공간으로 떨어져 쏠리게 되고, 이것이 자궁적출 수술의 절개부위와 맞닿아 장과 절개부위가 유착이 생기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장 유착으로 인한 장폐색의 발생률은 개복하 자궁적출술의 경우 10~30%(복강경 수술은 10%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유 4. 심리적 문제 : 빈궁마마?
여성의 상징적인 장기인 자궁의 소실은 심리적으로 여성성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초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성생활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성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45세 이전에 난소적출을 받은 경우에는 신경 및 정신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5배 커지게된다고 하여 심리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게 한다.
“궁질환의 치료법은 비수술적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합니다.”
지금까지 자궁근종,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 양성질환으로 인한 자궁적출의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치료법도 많이 개발되었고, 약 또한 보완적 요법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궁근종의 경우 자궁근종 색전술, 하이푸 치료 등 보다 덜 침습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치료법들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치료법들이 자궁질환을 100%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수술이전에 이러한 치료법들을 시도해 보고, 효과가 없는 경우에 한 하여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